부숑은 리옹의 전형적인 가정식 식당을 일컫는 단어로, 친밀한 분위기 속에서 지역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소의 위를 이용한 ‘타블리에 드 사푀르tablier de sapeur’, 치즈로 만드는 ‘세르벨 드 카뉘cervelle de canut’, 체크무늬 테이블보, 그리고 간단한 식사 등 ‘부숑bouchon’의 전통은 계속해서 전해지고 있다.
여자들의 역사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머니들의 역사’라 하겠다. 19세기 무렵, 리옹 지역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검소한 어머니들은 간편하고 푸짐한 식사로 손님들을 대접했다. ‘그 무엇도 낭비하지 말자’는 것이 그들의 신조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대접살, 삼겹살 등 안심보다 급이 떨어지는 관절 부위를 애용했다. 부숑계의 유명인사로는 소스를 바른 영계 요리로 명성을 떨친 메르 필리우Mère Filioux와, 그녀에게 교육을 받아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고 여성 최초로 미슐랭 3 스타를 두 차례 획득한 메르 브라지에Mère Brazier가 있다.
세심한 인테리어
카운터, 빨간색과 흰색이 교차하는 체크무늬 테이블보, 목재 가구, 촘촘하게 놓인 테이블, 거꾸로 매달린 구리냄비, 오래된 포스터, 침샘을 자극하는 주방의 소음과 냄새도 빼놓을 수 없다. 식당과 음식에서 푸근함과 소박함이 묻어 나온다. 여기에 개성 강한 사장님, 정이 넘치는 요리를 더하면 완벽하다!
‘부숑’어를 할 줄 아세요?
리옹이 생소한 방문객이라면 보드판에 쓰여진 부숑의 메뉴판을 보고 잠시 당황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선 돼지고기의 비계를 노르스름하게 구워 낸 ‘그라통gratton’으로 입맛을 돋워보자. 그 다음은 피스타치오와 함께 구운 소시지 ‘세르블라 리오네cervelas lyonnais’를 맛볼 차례다. 가금류, 송아지 또는 생선살로 만든 반죽(‘파나드panade’)을 익힌 ‘크넬quenelles’이나 소의 위로 만든 지역 요리 ‘타블리에 드 사푀르’도 빼놓을 수 없다. ‘세르벨 드 카뉘’는 '견직공의 뇌'라는 이름과는 전혀 달리 허브, 양파 등을 넣은 화이트 치즈를 다져서 만든 요리다. 끝으로 눈과 입이 동시에 즐거운 장미향 프랄린 타르트로 식사를 마무리하자.
그런데, 왜 ‘부숑’ 인가요?
‘부숑’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과거 카바레 주인들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을 표시하기 위해 문 앞에 걸어 두던 잔가지 다발(당시 리옹 사투리로 « bousche »라고 불렸다고 한다.)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리옹부숑협회는 단어의 유래에 관한 다양한 속설이 존재하니, 방문한 식당에서 직접 물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푸근함, 진정성, 그리고… 퀄리티!
부숑에서는 퀄리티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옹부숑협회는 부숑의 전통과 진정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협회인데, 그들이 운영하는 식당을 방문하고 싶다면 그나프롱Gnafron의 얼굴이 그려진 노란 표지판을 찾으면 된다. 리옹의 전통 꼭두각시 인형 기뇰Guignol의 친구이자 쾌활한 성격을 가진 그나프롱이 레스토랑 정문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부숑에서도 훌륭한 셰프님들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 명장(MOF)’ 타이틀을 거머쥔 조세프 비올라Joseph Viola는 현재 리옹에서만 지점 4개를 거느린 Daniel & Denise를 운영하고 있다. 마티유 비아네Mathieu Viannay는 부숑을 처음 만든 어머니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있으며, 유제니 브라지에Eugénie Brazier는 미슐랭 투스타에 빛나는 셰프다.
마숑, 방직공의 아침식사
마숑mâchon은 19세기 리옹의 크루아 루스Croix-Rousse 지역에 거주하던 비단 방직공들에 의해 생겨난 전통 식사다. 밤샘 작업이 끝나고 고단한 몸을 이끌며 집으로 향하던 그들은 돼지고기 요리와 보졸레 또는 마콩Mâcon산 와인으로 허기를 채웠다고 한다. 이른 아침부터 진수성찬을 맛보고픈 분들을 위해 라 뫼니에르La Meunière, 카페 뒤 팡트르Café du Peintre, 비바레Vivarais, 포알롱 도르Poêlon d’Or가 마숑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이 레스토랑들은 리옹부숑협회의 회원이기도 하다.
리옹 출신 파티시에ㆍ쇼콜라티에, 세바스티앙 부이예가 리옹 크루아 루스 지역에 초콜릿 & 제과 제조 아틀리에의 문을 활짝 열었다. 리옹에서 제일 가는 식도락 만남의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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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onstance D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