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트 아트 투어, 크루즈 여행, 비디오 매핑, 음향과 조명이 어우러진 예술, 길거리 전시회, 몰입형 전시… 문화예술은 정해진 틀을 깨고 점점 더 자유로운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술관 벽을 벗어나 참신한 장소에 작품을 전시하는 작가들, 예술가와 장인들이 함께 발전시키는 네트워크 등을 통해 문화예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풍부한 감각과 감정을 대중에게 전달한다. 올가을 프랑스를 여행한다면 놓쳐서는 안 될 13가지 문화예술 체험 액티비티를 소개한다.
No. 1 – 오드프랑스: 스트리트 아트
릴의 아트센터 트리포스탈(Tri Postal)의 붉은 벽돌로 세워진 벽에는 이빨을 활짝 드러낸 채 웃고 있는 거대한 노란 고양이가 그려져 있다. 지붕 위, 인도 위, 다리 아래, 주차장 입구에는 형형색색의 물고기 떼가 그려져 있다. 대도시 릴의 문화 중심지인 생 소뵈르 역 바로 옆에는 거대한 벽 모양의 구조물이 있다. 세계를 여행하는 예술가 에르베 디 로사(Hervé di Rosa)가 포르투갈 타일 공예 기법인 아줄레주(azulejo)로 만든 작품이다. 릴의 스트리트 아티스트들은 법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거리 예술을 마음껏 표현한다. 릴의 스트리트 아트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다면 릴 관광청과 예술가 집단인 콜렉티프 르나르(Collectif Renart)가 조직하는 가이드 투어에 참여해 보자. 약 20개의 코스를 따라 거대 프레스코화, 그라피티, 태그, 스텐실, 콜라주 등 600개 이상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No. 2 – 일 드 프랑스: 베르사유로 떠나는 왕족 투어
파리 외곽 베르사유로 향하면 왕정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17세기 건축을 대표하는 걸작 태양왕성(château du roi Soleil)은 800헥타르에 이르는 넓은 부지에서 당당히 위용을 뽐낸다. 딸린 방 수가 무려 2,300개에 달하는 태양왕성의 명소 중 하나는 바로 왕의 정원(Potager du roi)이다. 올가을에도 왕의 정원에는 갖가지 채소가 자라나 수확꾼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고급 미식 경험을 누리고 싶다면 알랭 뒤카스 셰프가 주방을 지휘하는 성내 레스토랑 오르(Ore)로 향하자. 뒤푸르관(pavillon Dufour) 1층 오르는 과거 왕족의 화려한 식탁을 재해석한 메뉴를 선보인다. 레스토랑 직원들은 제복을 갖춰 입은 채 서빙하고, 화려한 메뉴와 고급스러운 식기는 마르 앙투아네트가 궁전에 살던 시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베르사유 궁전 부지 내에는 최근 호텔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랑 콩트롤 - 에렐 샤토 드 베르사유(Grand Contrôle - Airelles Châteaux de Versailles)에서 럭셔리한 숙박을 즐기며 왕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만끽해 보자.
No. 3 – 브르타뉴: 렌에 담긴 역사를 들려주는 이색적인 슬램 투어
렌의 역사를 대표하는 명소로는 리스 광장(place des Lices), 브르타뉴 의회(Parlement de Bretagne), 샤피트르 거리(rue du Chapitre), 생조르주 수영장(Piscine Saint-Georges) 등이 있다. 명소만이 렌의 오랜 역사를 상징하는 증거는 아니다. 렌에는 시와 랩을 결합한 음악 장르, 슬램(slam)으로 렌의 역사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젊은 아티스트들이 있다. 브르타뉴 지방의 수도인 렌의 역사를 전하는 슬램 가사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프랑스어를 할 줄 아는 것이 물론 도움이 된다. 하지만 프랑스어를 막 배우기 시작한 초보자의 귀에도 현대 시인 엘비(Elvi)의 다채로운 해설은 크나큰 감동으로 다가올 것이다. 렌에서는 모자이크 예술가 오도리코(Odorico)가 만들어낸 형형색색의 큐브 작품, 틴에이지 킥 어번 아트 비엔날레(Biennale d’Art urbain Teenage Kicks)에 발표된 그라피티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그라피티 아트는 2022년 1월까지 렌 거리에 전시될 예정이다. 리드미컬한 슬램 가사에 귀를 맡긴 채 한층 더 즐겁게 렌을 여행해 보자.
No. 4 - 성트르 발 드 루아르: 샤르트르에서 즐기는 빛 예술작품
샤르트르 대성당이 지금껏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또한 샤르트르 미술관, 생트 앙드레 참사회 교회(collégiale Saint-André), 외르강 유역의 다리와 빨래터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2021년 12월 31일까지 150번의 밤 동안 펼쳐지는 샤르트르 빛 축제(Chartres en Lumières)는 도시의 건축 유산을 재조명한다.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스펙터클한 이벤트다. 리듬감 넘치는 사운드 시나리오, 여러 동식물이 23개 유적지와 기념물의 윤곽과 정면을 감싸는 다채로운 구성... 눈이 번쩍 떠지는 구경거리다. 가이드 투어에 참여하거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며 혼자서 약 15개의 코스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 마법 같은 경험이다.
No. 5 – 옥시타니: 툴루즈 사진 여행
2021년 12월 4일~2022년 3월 6일, 자코뱅 수도원에서는 툴루즈 출신 사진가 겸 기자 장 디유제드(Jean Dieuzaide)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이 열린다. 이 기간 툴루즈 길거리 곳곳에 장 디유제드가 남긴 30여 점의 대형 사진이 전시될 예정이다. 분홍빛 도시 툴루즈를 여행하며 사진 작품도 감상하고, 툴루즈의 명소와 유적지도 (재)발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툴루즈 시청(Capitole) 아케이드, 빅토르 위고 시장(marché Victor-Hugo), 장 조레스 골목(allées Jean-Jaurès), 곡물 시장(Halle aux grains), 오귀스탱 박물관(musée des Augustins), 장 디유제드가 1974년 갤러리로 개조한 급수탑, 자코뱅 수도원, 카름 시장(marché des Carmes) 등 툴루즈는 사진으로 남기기 좋은 여러 명소로 가득한 도시다.
No. 6 - 부르고뉴 프랑슈-콩테: 브장송에서 떠나는 시간 여행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를 낳은 도시 브장송(Besançon)은 프랑스 시계 제조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의 숙련된 시계 장인들이 활동하는 쥐라 아크(arc jurassien)에서 발달한 기계식 시계 제작 공예술은 우수한 노하우를 인정받아 202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기계식 시계와 쿼츠 시계의 내부 작동 원리에 담긴 비밀을 배우고 싶다면 시계 장인과 함께 하는 재미있고도 유익한 시계 워크숍에 참여해 보자. 워크숍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다면 우아한 그랑벨궁(Palais Granvelle) 부속 박물관인 시간의 박물관(Musée du Temps)을 관람하며 시계 감정가들의 세계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볼 것을 추천한다. 박물관 탑 꼭대기는 브장송과 브장송 요새의 아름다운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도 하니 잊지 말고 올라가 보자.
No. 7 노르망디: 캉에서 떠나는 역사 속 시간 여행
모든 전쟁기념관은 엄숙한 분위기이기만 할까? 평화기념관을 지향하는 캉 전쟁기념관(Mémorial de la Paix à Caen)은 교육적 내용을 가득 담은 콘텐츠를 활용해 활발한 상호작용을 끌어내는 활기찬 문화공간이다. 관람객들이 과거의 역사를 더욱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360도 몰입형 전시실도 새롭게 조성되었다. 몰입형 전시실 내 11개 스크린에서는 20세기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역사적 사건들은 담은 영상이 19분에 걸쳐 동시에 상영된다. 상영작 <유럽, 우리의 역사 L’Europe, notre histoire>는 고유함과 역동성, 혁신을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음향 체험을 제공하는 귀중한 아카이브 영상이다. 두 번의 세계 대전과 한 번의 유럽 전쟁을 잇는 연결 고리를 장황한 수사를 늘어놓지 않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No. 8 – 누벨아키텐: 보르도에서 즐기는 와인·회화 여행
가론강이 흐르는 도시 보르도를 대표하는 명소는 와인 박물관 시테 뒤 뱅(Cité du Vin)이다. 와인과 관련된 문화나 역사는 물론이고, 와인과 함께 발전한 문명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각적인 콘텐츠로 전달하는 멋진 문화센터다. 시테 뒤 뱅 투어의 화룡점정은 파노라마 시티뷰를 감상할 수 있는 테라스에서의 와인 시음이다. 2020년, 시테 뒤 뱅과 가까운 곳에 새로운 문화 시설이 문을 열었다. 바로 오래된 잠수함 기지 한가운데 살포시 숨어 있는 레 바생 드 뤼미에르(Bassins de Lumière)다. 파리의 디지털 아트 센터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Atelier des Lumières)나 프로방스의 레 카리에르 드 뤼미에르(Carrières de Lumières)와 같이 강렬한 몰입형 예술 체험을 제공하는 문화예술공간이다. 레 바생 드 뤼미에르에서 360도로 상영되는 작품을 감상하며 진정한 몰입형 콘텐츠의 매력에 빠져 보자.
보르도 관광 안내 사무소 시테 뒤 뱅(Cité du Vin) 바생 드 뤼미에르(Bassins de Lumière)
No. 9 – 프로방스: 아를에서 만나는 과거와 현대의 건축 유산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재단에 이어 아를에도 유니크한 건축물을 하나 더 세웠다. 반사되는 빛으로 반짝이며 한 편의 조각품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건물, 루마 타워(Tour Luma)다. 높이가 56m에 이르는 루마 타워는 신비로운 나선형의 자태와 반짝이는 스테인리스강 벽돌로 완성된 외관을 자랑하며 우뚝 서 있다. 2021년 6월 대중에 공개된 루마 타워는 전시관, 강당, 예술가용 아틀리에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이다. 9층 공중 테라스에서만 볼 수 있는 아를의 유니크한 파노라마 뷰도 루마 타워의 자랑이다. 루마 타워 아래에는 고대 원형 극장을 떠올리는 또 다른 명소, 드럼(Drum)이 자리 잡고 있다. 아를에 전해 내려오는 고대 로마 시대 유적지이자 관광 명소인 로마 경기장 관람 전·후에 드럼을 방문하면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No. 10 - 오베르뉴 론 알프: 리옹에서 돌아보는 인류의 역사
론강과 손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는 콩플뤼앙스 박물관(Musée des Confluences)은 머나먼 미래에서 온 우주선 같은 외관을 띠고 있다. 미래를 떠올리는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은 과거로 회귀한 듯한 느낌에 빠져들게 된다. 기이한 모습으로 엉켜 있는 두 개의 블록, 크리스탈(Cristal)관과 뉘아주(Nuage)관은 지구와 인류의 기나긴 역사를 되짚어보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바깥의 모습을 볼 수 없는 불투명한 벽으로 둘러싸인 박물관 내 대형 전시관은 관람객의 주목을 한층 더 사로잡는다. 전시관뿐만 아니라 참여형 아틀리에를 비롯해 각종 실험과 테스트를 체험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지식과 재미를 고루 갖춘 박물관이다.
No. 11 – 코르시카: 바스티아에서 즐기는 로컬 투어
코르시카 고유의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오트코르스(Haute Corse)의 바스티아(Bastia)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지구인 테라베키아(Terra-Vecchia)의 좁은 골목길이다. 바로크 양식의 오라토리오회파 교회, 아름다운 화음이 울려 퍼지는 장엄한 교회,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옛 항구, 지역의 갖가지 특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이 열리는 광장은 코르시카의 지역색을 대표하는 테라베키아의 명소들이다. 섬의 관목 지대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녹음을 느끼며 시장에서 산 맛있는 음식을 먹어 보자. 고즈넉한 코르시카 산책 여행은 ‘감각의 길’이라는 뜻을 지닌 길인 스트라다 디 이 센시(Strada di i Sensi)까지 이어진다. 코르시카 곶(Cap corse)에서 네비우(Nebbiu)를 아우르는 바스티아 지방에는 가축 재배자, 양봉가, 올리브 재배자, 양조인, 밤나무 재배자, 포도 재배자, 채소 재배자 등 각기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68명의 생산자와 장인들이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코르시카의 노하우와 전통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는 현지인을 찾는다면 이들이 적임자다.
No. 12 – 낭트: 루아르강 크루즈 여행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강물이 자아내는 풍경을 바라보며 루아르강을 따라 60km를 내려가면 생나제르강 어귀에 이르게 된다. 루아르강 크루즈 여행은 낭트에서만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낭트에서 기획된 여행 프로그램 부아야주 아 낭트(Voyage à Nantes)는 10월 말까지 약 30점의 현대 미술 작품을 낭트 이곳저곳에 전시한다. 도보 여행을 하기에는 일정이 빠듯하다면? 낭트시에서 운영하는 트램 나비버스(Navibus)를 타면 된다. 자전거를 휴대할 수 있는 나비버스를 타면 5분 안에 시내에서 트랑트무항(port de Trentemoult)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아담한 트랑트무항은 다채로운 색으로 칠해진 예쁜 주택들이 펼쳐재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낭트에는 제각기 매력을 자랑하는 명소가 많다. 먼저 바, 테라스, 레스토랑을 갖춘 멋진 소규모 양조장인 랩(LAB)이 있다. 랩과 가까운 곳에는 최근 새롭게 재개장한 기이한 정원(nouveau Jardin Extraordinaire)이 있다. 과거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서 수입한 바나나를 보관해 후숙하던 창고를 예술공간으로 개조한 바나나 창고, 앙가르 아 바난(Hangar à Bananes)도 있다. 2020년부터는 랩과 앙가르 아 바난 사이를 오고 가는 교통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다니엘 뷔랑의 유명한 작품 <고리 Anneaux>를 감상할 수 있는 곳도 바로 랩과 앙가르 아 바난 인근이다. 루아르강에서만 볼 수 있는 유니크한 풍경을 직접 두 눈에 담고 싶다면 낭트로 향하자.
No. 13 – 알자스: 스트라스부르에 새롭게 자리 잡은 다섯 번째 명소, 제5의 장소
2019년 말, 독창적인 문화 공간 하나가 스트라스부르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바로 제5의 장소(Le 5e Lieu)다. 공교롭게도 제5의 장소라는 공간명에 맞춰 이곳의 주소지도 샤토 광장 5번지다. 그러나 이곳이 제5의 장소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트라스부르 대성당, 퓌스텔 드 쿨랑주 고등학교(Lycée Fustel de Coulanges), 로앙 궁전(Palais Rohan), 뢰브르 노트르담 박물관(musée de l’Œuvre Notre-Dame)에 이어 샤토 광장에 5번째로 들어선 명소이기 때문이다. 스트라스부르를 대표하는 건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니 제5의 장소도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제5의 장소 로비 층은 알자스 지방의 수도인 스트라스부르의 여러 문화 활동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한국식 2층에서는 최신 인터랙티브 기술을 이용해 관람의 재미를 더한 상설전 <스트라스부르 여행 Un voyage à Strasbourg>을 관람할 수 있다. 여러 건축물과 관련된 퀴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미니어처 건축물, 비디오 매핑 등 최신 기술로 스트라스부르의 건축 유산을 소개하는 알찬 전시다. 스트라스부르의 오랜 역사와 앞으로 스트라스부르가 선보이게 될 미래의 모습을 보다 보면 자연스레 감동의 전율이 온몸을 감싸게 될 것이다.
By 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