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타니에서 부르고뉴를 거쳐 알자스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많은 프랑스의 포도원들이 바이오 다이내믹, 유기농 용법으로 포도를 재배해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천체 주기를 따라 포도를 재배하고, 식물성 물질과 유기 물질을 활용해 와인을 처리하고, 닭을 풀어 잡초를 제거하고, 베토벤 전원 교향곡이 울려 퍼지는 저장소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발효하는 등 그 모습도 다양하다. 친환경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는 프렌치 와이너리들의 근황을 살펴보자.
보르도에서 즐기는 웰빙 온천 여행
태극권 수련과 와인?
블라이(Blaye)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샤토 몽콩세이 가쟁(Château Monconseil Gazin)에서는 호흡을 통해 오감을 일깨우는 태극권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련을 마친 뒤, Terra Vitis 라벨 인증을 받은 하우스 와인을 맛보며 다시금 깨어난 미각과 후각의 활력을 확인해 보자.
샤토 뒤 페이르(Château du Payre)에서 5대째 여성 대표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 발레리는 친환경 주조 방식을 준수한다. 이곳에서는 정신집중효과학과 아로마테라피를 혼합해 소프로와인(Sophrowine) 시음 프로그램과 하우스 퀴베 와인 시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레 수르스 코달리 스파 비노테라피(Spa Vinothérapie® des Sources de Caudalie)에서는 천연 온천수와 와인, 포도의 효능을 한데 아우르는 집중 케어를 받으며 극대화된 테라피 효과를 체험할 수 있다. 적포도로 가득한 오크통 욕조에서 즐기는 케어나 메를로 찜질 케어 등, 와인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케어 프로그램 중 원하는 프로그램을 골라 자신에게 진정한 힐링을 선사해 보자.
Château Monconseil-Gazin Château de Payre Sources de Caudalie
프로방스 와이너리 예술 여행
예술이 있는 와이너리
엑상프로방스 근처, 규모가 200헥타르에 달하는 샤토 라 코스트(Château La Coste)에서 와인 시음은 예술을 동반한다. 샤토 라 코스트에는 장 누벨, 프랭크 게리, 루이즈 부르주아, 션 스컬리 등 내로라하는 건축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들이 숨바꼭질하듯 곳곳에 놓여져있다. 넓이 125헥타르의 포도원에서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며, 이곳 와인들은 코토 드 엑상 프로방스(Côteaux d’Aix-en-Provence)의 아펠라시옹이 적용된다.
인접한 와이너리인 도멘 드 샤토 라 고드(Domaine de Château La Gaude)의 유기농 포도원에는 조각가 필립 파스쿠아의 작품들이 그늘을 따라 늘어서 있다.
알자스에서 배우는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의 비밀
알자스에선 유기농이 대세
향기로운 허브티를 이용해 포도나무를 치료할 수 있다니? 알자스 와인가도를 여행 중이라면 와이너리를 방문해 이 지역 포도 재배자들이 활용하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의 비밀을 파헤쳐 보는 것은 어떨까. 1610년부터 와인을 제조하며 최근에는 유기농법의 선구 기관으로 자리매김한 와이너리 장 베케(Jean Becker)에서는 허브티를 비롯해 ‘뿔 거름’이나 ‘뿔 실리카’ 등 새로운 유기농법을 활용해 포도나무를 더욱 튼튼하게 기른다. 이곳에서는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부는 그랑 크뤼 테루아의 지질학적 특징도 자세히 배울 수 있다. 유기농 그랑 크뤼 와인과 유기농 스낵을 맛보는 것도 가능하다.
2003년부터 포도 재배에 바이오다이내믹 용법을 활발히 접목하는 와이너리 아실레(Achillée)에는 특별한 와인 저장고가 있다. 이곳 저장고는 짚으로 지은 건축물 중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며, 생물기상학(bio-climatique)적 요소를 고려해 만들어졌다.
와이너리 한가운데에서 달이 뜬 밤하늘을 배경으로 한여름의 저녁식사를 즐기고 싶다면 도맨 솔러(Domaine Sohler)로 향하자. 이곳에서는 천체 주기를 따르는 방식으로 포도나무를 재배한다.
Domaine Becker - Écotourisme 2021 Achillée Domaine SOHLER Philippe
부르고뉴 포도원에서 만끽하는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
빈티지 카를 타고 즐기는 와인 여행
멋진 빈티지 카를 타고 부르고뉴의 신비로운 와인 로드를 달리며 색다른 방식으로 프렌치 라이프 스타일을 한껏 즐겨보자. 더 프렌치 투어(The French Tour)의 파트너 기관인 샤토 드 포마르(Château de Pommard)에서는 시트로엥 2CV를 타고 포도원을 질주하며 이곳의 대표 와인인 클로 마레-몽주 모노폴(Clos Marey-Monge Monopole) 등 6종류의 빈티지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테루아와 바이오다이내믹의 개념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샤토 드 루종(Château de Rougeon)에서는 시트로엥 메하리를 타고 포도원 드라이브를 즐기며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천연 발효·양조 과정을 보여주는 양조장 투어 프로그램도 있다. 5대째 운영되어 오는 샤토 드 루종은 유기농 인증 마크를 획득하기도 했다. 겨울에 포도원을 거닐다 보면 포도나무 가지를 갉아먹는 양 떼 무리를 만날 수도 있다. 다른 계절에 방문하면 포도나무그루 아래 난 나뭇잎을 쪼아먹는 닭 무리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 탐험가 정신이 있는 여행객들에게는 뷔시(Buxy) 포도원을 추천한다. 친환경 활동에 참여하는 와이너리로서 최초로 RSE&durable 라벨을 획득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바지선을 타고 손 강을 거닐며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샬롱(Chalon)산 고급 와인을 음미하며 노천 술집의 분위기를 한껏 즐겨 보자.
샹파뉴에서 즐기는 감각적인 와인 여행
증강현실을 결합한 와인 여행!
보다 재밌는 체험을 선사하는 곳을 찾는다면 도맨 드 몽드빌 샹파뉴 뒤몽(Domaine de Mondeville Champagne Dumont)에 있는 클레르보(Clairvaux) 포도원과 숲을 추천한다. 이곳은 증강 현실 세계에서 펼쳐지는 보물 찾기, 새나 파충류와 함께 하는 한밤의 산책, 샹파뉴 트러플을 찾아 떠나는 미식 투어 등 오감을 자극하는 여러 액티비티를 선보인다. 액티비티를 즐긴 다음,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과 유기농법을 준수하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이곳의 샴페인을 시음해보는 것도 잊지 말자.
환경 가치 준수 인증 제도(HVE) 인증을 획득한 도맨 아폴로니스(Domaine Apollonis)는 그 어느 감각보다도 청각에 집중한다. 이곳에서는 포도나무가 음악을 들으며 자라고, 스파클링 와인은 베토벤 전원 교향곡을 들으며 발효된다. 메종 드라피에(maison Drappier)의 대형 살롱에서는 6대째 와이너리를 지켜오는 95세 가톨릭 수석 사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클레르보 수도원과 맞닿은 시토 수도회 지하 저장고를 탐험할 수 있다.
Domaine Becker - Écotourisme 2021 Achillée Domaine SOHLER Philippe
옥시타니에서의 친환경 포도 수확 체험
포도 수확 & 블렌딩 체험
프랑스 와이너리 구석구석을 구경해보고 싶었다면 옥시타니 포도원에서 그 꿈을 이뤄 보자. 몽펠리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도맨 드 앙글라(Domaine d’Anglas)에서 4대째 와인을 제조하는 로제 대표는 5~9월이면 매주 포도밭을 방문객에게 개방한다. 프랑스 친환경 라벨인 Ecocert 인증을 받은 12헥타르 넓이의 포도원을 감상하고, 지하 저장고와 100년도 더 된 와인 저장고를 구경해 보자. 가을이 되면 포도 수확 작업에도 참여해 손에 가위를 들고 수확 체험을 할 수도 있다.
와인 블렌딩을 배우고 싶다면 로(Lot)에 자리 잡은 샤토 드 샹베르(Château de Chamberd)를 추천한다. 이곳은 아펠라시옹 인증을 받은 카오르 지방 와이너리 중 하나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접 바이오 다이내믹 와인을 블렌딩해볼 수 있는 체험이 마련되어 있다. 직접 만든 블렌딩 와인을 집에 가져갈 수도 있다. 참가자에게는 지역 특산 샤퀴트리, 치즈 플레이트가 함께 제공된다.
랑그독(Languedoc) 지방의 카스티뇨(Castigno)에는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마을과 고성으로 구성된 개성 넘치는 ‘와인 리조트’가 있다.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의 음식을 맛보며 유기농 방식으로 만들어진 하우스 와인 생 시니앙(Saint Chinian)으로 목을 축여 보자.
발 드 루아르 포도원에서 즐기는 슬로우 여행
세그웨이, 전동 킥보드를 타고 와이너리 탐험
맑은 공기를 한껏 음미하며 와이너리를 탐험하는 느린 여행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것이다. 발 드 루아르 지방의 투르(Tours)와 시농(Chinon) 사이에는 도맨 니콜라 파제(domaine Nicolas Paget)가 자리 잡고 있다. 세그웨이나 전동 킥보드를 타고 17헥타르 넓이의 포도원과 시농 성을 거닐어 보자. 투어를 마친 뒤에는 AOC 투렌(AOC Touraine), AOC 시농(AOC Chinon), AOC 투렌 아제르리도(AOC Touraine Azay Le Rideau) 등 유기농 하우스 와인을 시식하는 것도 잊지 말자. 백토층 아래 마련된 전통 지하 저장고에서는 발 드 루아르가 낳은 르네상스 작가 라블레처럼 쾌락의 향연을 즐겨 보자. 비스킷의 일종인 푸아스(fouace)를 투렌 염소치즈, 리바렌(Rivarennes)산 납작 배 등 지역 특산물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슬로푸드와 슬로와인을 모두 맛보며 즐기는 진정한 ‘느린 여행’은 오랫동안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By 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