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떠올릴 때 자동으로 에펠탑과 낭만 가득한 파리의 분위기가 떠오른다면 이번에는 좀 더 색다른 풍경으로 눈을 돌려보자. 프랑스를 한바퀴 돌다보면 미국 서부, 타히티, 터키, 캄보디아, 태국, 안데스 산맥, 사하라 사막 등 세계 곳곳의 이국적인 풍경들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타히티가 떠오르는 브르타뉴의 글레낭 제도
하늘에서 내려다본 이곳은, 완벽 그 자체다. 한 줄의 실로 이어진 듯한 작은 섬들이 터키와 에메랄드 색으로 황홀한 그라데이션을 이루는 바다를 장식하고, 그 주위로는 밀가루만큼 새하얀 백사장이 펼쳐진다. 피니스테르Finistère에서 남쪽으로 18km만 가면 만날 수 있는 브르타뉴 지역의 글레낭 제도archipel des Glénan는 태평양의 폴리네시아 산호섬에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다. 매력, 청정도, 그 어느 면으로도 빠지는 것이 없다. 정신이 번쩍 드는 시원한 물에 첨벙 뛰어들어, 아쿠아리움 속을 헤엄치듯 이 투명한 물속을 헤엄쳐보자. 이곳의 유명한 요트학교 ‘레 글레낭Les Glénans’의 학생들이 조종하는 각양각색 요트들은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한다.
프로방스에서 만나는 미국 서부 감성
프로방스의 뤼베롱Luberon 지역에 있는 아름다운 루시용Rousillon 마을과 뤼스트렐Rustrel마을 사이를 지나다 보면, 마치 불타오르는 ‘프로방스의 콜로라도’에 온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뉘앙스의 붉은색, 노란색과 주황색이 계곡과 협곡 사이로 흘러든다. 과거에 황토를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토취장 내부에는 관광객을 위한 코스가 마련되어 있다.
우체부가 만든 프랑스의 앙코르와트
시골의 한 우체부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위대한 성을 만들었다. 우체부 페르디낭 슈발Ferdinand Cheval은 무려 33년 동안 길가 여기저기서 수집한 것들을 쌓아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떠올리게하는 '팔레 이데알Palais Idéal'을 만들어 냈다. 동양에서 영감을 받은 이 거대한 조형물은 자연과 그가 꿈꾸던 삶을 향한 찬가다. 드롬Drôme 데파르트망의 오트리브Hauterives시, 필라Pilat 지역자연공원과 베르코르Vercors 지역자연공원 사이에 위치한 이곳은 우리를 상상 속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다.
피레네에서 만나는 터키의 풍경
터키의 카파도키아에서만 불가사의한 돌기둥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레네의 동쪽에 있는 페르피냥Perpignan 근처에서도 변덕스러운 바람과 거센 비가 수백만 년에 걸쳐 모래와 진흙으로 빚어 올린 기이하고 놀라운 돌기둥을 만날 수 있다. 레 조르그 딜 쉬르 텟Les Orgues d’Illes-sur-Têt은 프로방스의 로셰 데 메Rochers des Mées와 닮은 점이 많다. 방문객들은 마노스크Manosques와 시스트롱Sisteron 사이에 위치한 로셰 데 메를 보고 모자를 쓴 여인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두건을 쓴 회개자를 생각하기도 한다. 노을에 비친 그 모습은 꿈결 같은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사하라에 온 듯한 아르카숑의 모래 언덕, 뒨 뒤 필라
사방을 둘러봐도 낙타를 찾을 순 없지만, 울렁대는 금빛 파도가 까마득히 펼쳐진다. 높이 110m, 폭 500m, 길이 2,700m의 뒨 뒤 필라Dune du Pilat 모래언덕은 아르카숑 만의 물길을 따라 펼쳐진 6천 만 m3의 고운 모래가 만들어낸 거대한 자연 지형이다. 랑드Landes의 푸른 숲이 있는 왼쪽이나, 아르갱Arguin 둑이 대해를 향해 뻗어 나가는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 모래언덕의 등줄기를 따라 앞으로만 나아간다면, 사하라 사막을 걷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버릴 것이다. 우리를 사색으로 초대하는 묘한 아름다움이 있는 곳이다.
태국 부럽지 않은 쥐라의 튀프 폭포
이곳에 도착하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에메랄드빛 숲이 먼저 펼쳐진다. 그리고 숲을 천천히 걷다 보면 점점 가까워지는 물소리를 알아챈다. 힘찬 물줄기가 이끼로 뒤덮인 바위를 튀어 날아오르며, 내리쬐는 태양빛과 장난을 벌인다. 마치 발리나 태국, 아니면 연목 폭포로 유명한 방콕의 에라완이라고 착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은 쥐라Jura 지방의 플랑슈 프레 아르부아Planches-près-Arbois 마을에서 몇 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튀프Tufs 폭포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안데스 산맥 알티플라노? 프로방스의 카마르그!
해발고도 4,000m에 위치한 안데스 산맥의 알티플라노와 지중해와 마주한 프로방스의 카마르그Camargue 대평야 사이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플라밍고다! 아름다운 색감의 천연 라군이 배경으로 펼쳐지며, 한 무리의 플라밍고들이 우아한 비상을 앞두고 물놀이를 한다. 플라밍고는 튼튼한 황소와 갈기를 휘날리는 백마와 함께 카마르그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남미에서 수천 킬로 떨어진 이 습지에서, 집시와 소몰이들이 모여 사는,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를 능가하는 코트 다쥐르의 호화 빌라
로스앤젤레스와 천사의 만Baie des Anges. 이름만큼이나 캘리포니아와 코트 다쥐르는 비슷한 점이 많다. 영화에 나올 듯한 호화로운 빌라도 그중 하나다. 지중해를 품은 발코니가 달린 환상적이고 모던한 코트 다쥐르의 빌라들은 할리우드와 팜 스프링 못지 않게 건축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르네상스 양식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우아한 빌라 에프루시 드 로칠드 Villa Ephrussi de Rothschild 에서부터, 앙티브Antibes 만에 세워진 엘렁혹Eilenroc 빌라를 거쳐, 디자인적인 요소가 넘치는 아방가르드 빌라 아일린 그레이Eileen Gray의 E1027까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한다.
카리브해의 색감을 담은 코르시카의 해변
코르시카에서는 전 세계의 가장 아름다운 여름 휴양지에서 늘 상위권을 차지하는 수많은 해변을 만날 수 있다. 덤불숲의 시원한 향기는 덤이다. 발라뉴Balagne와 코르시카 만Cap Corse 사이에 위치한 아그리아트Agriates의 로토Loto 해변으로 향해보자. 카리브해의 물색을 섞어 놓은 듯한 투명한 바닷물이 길다란 백사장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황홀경을 맛볼 수 있다. 코르시카 남쪽에 자리잡은 팔롬바기아Palombaggia, 산타 줄리아Santa Giulia, 롱디나라Rondinara 해변도 눈부신 아름다움으로 여행객을 기다리고 있다.
By 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