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의 나라 프랑스에는 지역 식자재만으로 요리를 하는 로커보어 셰프가 날로 늘고 있다. 맛과 건강을 동시에 잡은 지속 가능한 음식을 만들고자 하는 셰프들 덕분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로컬 농장과 채소밭도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지역의 인기 있는 15개의 로커보어 레스토랑이 이러한 트렌드를 생생히 증명한다.
사피드 Sapid @파리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플라자 아테네(Plaza Athénée)를 성공으로 이끈 스타 셰프 알랭 뒤카스 (Alain Ducasse)가 이제 ‘자연주의’를 추구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그가 파리 파라디 가(rue de Paradis)에 세운 레스토랑 사피드(Sapid)의 정신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땅에서 나는 제철 재료로 만든 지속 가능한 음식’이다. 사피드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친밀한 분위기를 제공하는 ‘구내식당’ 느낌의 맛집을 추구한다. 채소와 곡물을 주재료로 한 신선하고 독창적인 메뉴들, 따뜻한 분위기, 여러 고객이 함께 둘러앉아도 무리 없는 대형 테이블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이곳. 셀프 주문과 셀프 식기 반납이라는 번거로움에도 고객들이 기꺼이 이 자연주의 맛집으로 향하는 이유다.
르 브라크 Le Braque @릴
릴의 수많은 시민이 오랫동안 기다려오던 레스토랑 르 브라크(Le Braque)가 드디어 문을 열었다. 셰프 경연 프로그램 <탑 셰프>에 출연했던 다미앙 라포르스(Damien Laforce) 셰프는 고향 플랑드르 지방의 풍미를 가득 담은 메뉴를 선보이며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사슴 고기로 만든 파테 앙 크루트, 비둘기 피티비에 등 계절 요리들의 첫인상은 낯설게 느껴질지라도, 일단 맛보면 감탄을 멈출 수 없다. 르 브라크는 프랑스어로 사냥개를 뜻한다. 라포르스 셰프는 반려견 마르셀에게서 영감을 얻어 레스토랑 이름을 지었다. 마르셀은 셰프가 영감을 찾아 자연을 탐험하거나 지역 생산자와 채소 재배자를 만나러 가는 길에 늘 함께하는 충직한 친구다.
데 로즈 에 데 조르티 Des Rose et des Orties @툴루즈
장밋빛 도시 툴루즈에 위치한 레스토랑 랑피트리옹(L’Amphitryon)을 이끌던 야닉 델페크(Yannick Delpech) 셰프는 미슐랭 스타를 얻기 위해 분투하던 시절을 뒤로 하고 2020년에 새로운 모험길에 올랐다. 툴루즈 인근 도시 콜로미에(Colomiers)에 레스토랑 데 로즈 에 데 조르티(Des Roses et des Orties)를 세운 것이다. 새로운 레스토랑의 모티프는 ‘근원으로의 회귀’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야닉 델페크 셰프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자연 친화적 요리를 선보이며, 새로운 미식의 길을 걸어 나간다. 그의 목표는 100% 현지 식자재로 만든 요리를 선보이는 것이다. 레스토랑과 식물 베이스 칵테일 바, 파티스리, 와인저장고를 아우르는 흥미로운 공간 데 로즈 에 데 조르티에서 새로운 미식을 경험해 보자.
앙팡 Enfin @알자스
유기농 로컬 레스토랑 앙팡(Enfin)은 계절과 알자스를 이야기하고, 인근 농장과 양조장에서 공급받은 식자재로 요리하고, 프랑스산 재료만을 고수한다. 카롤 에케르트(Carole Eckert) 셰프와 뤼카 앙젤(Lucas Engel) 셰프는 앙팡을 공동 개업하자마자 ‘2021년 그랑테스트 지방 젊은 인재상’을 수상했다. 스트라스부르와 수 킬로미터 거리에 있는 생트오딜산(Mont Saint-Odile)으로 향하는 길을 가다 보면 과거 실내화 공장 겸 목공소로 쓰이던 건물이 나온다. 이 오래된 석조 건물을 밝고 따뜻한 분위기로 개조해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은 곳이 바로 앙팡이다. 계절별로 달라지는 앙팡의 요리는 오리 만두와 슈크루트, 라인강산 잉어 요리, 곤들매기 요리, 스튜를 폭넓게 아우른다.
메종 누벨 Maison nouvelle @보르도
‘새로운 집’이라는 뜻의 메종 누벨(Maison nouvelle)은 아름다운 금빛 석조 건물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이다.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건물의 초인종을 누르면 셰프가 직접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한다. 보르도의 매력적인 거리 샤르트롱(Chartrons)에서 메종 누벨을 운영하는 필립 에체베스트(Philippe Etchebest) 셰프는, 그의 고향인 남서부 지역에서 난 최상급 특산물로 고객에게 감동적인 음식을 선사한다. 도르도뉴의 마리 르 겡(Marie Le Guen)에게 공급받은 비둘기 고기와 바가텔(Bagatelle) 농장에서 출하되는 채소, 지롱드(Gironde)의 메리냐(Mérignas)산 버섯 등, 셰프가 정성껏 선택한 현지 식자재는 그의 재능을 만나 환상적인 요리로 재탄생한다.
카페 바스크 Le Café Basque @비아리츠
‘아름다운 뷰’라는 이름 뜻에 걸맞은 벨뷰 광장(Place Bellevue)에 자리 잡은 카페 바스크(Café Basque)는 디자이너 사라 라부안(Sarah Lavoine)이 인테리어를 담당한 ‘해변’ 스타일의 로컬 레스토랑이다. 세드릭 베샤드(Cédric Béchade) 셰프는 바스크 지방 정통 요리에 대한 존경심을 베이스로, 새로운 변형을 시도하여 독창적인 바스크 요리를 선보인다. 인근 지역에서 난 제철 식자재를 활용해 베샤드 셰프가 선보이는 요리는 먹물 오징어 요리, 바스크 정통식 피페라드(pipérade), 바스크 전통 요리 아쇼아(axoa)를 돼지고기로 만든 이바이마(Ibaïama), 마디랑(Madiran)산 버섯 타르트 등 다양하다. 바스크 로컬 맛집 르 카페 바스크에서는 비아리츠 출신 파티시에 아르노 페르난데즈(Arnaud Fernandez)의 빵도 맛볼 수 있다. 황홀한 바스크 식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맛집이다. 덧붙여 모든 요리는 바스크 지방에서 나는 유명 도자기인 고이코에체아(Goicoechea) 식기에 담겨 제공된다.
오베르주 소바주 L'Auberge Sauvage @몽생미셸
로컬 레스토랑, 오베르주 소바주(Auberge sauvage)는 몽생미셸 인근 도시 세르봉(Servon) 에 자리 잡은 옛 사제관 건물에서 두 명의 열혈 로컬주의 셰프 제시카 샤인(Jessica Schein)과 토마 베나디(Thomas Benady)를 통해 탄생하였다. 오베르주 소바주를 찾는 모든 고객에게는 현지 요리를 주제로 한 강의가 제공된다. 오베르주 소바주의 모든 식자재는 토양이 비옥하고 물이 풍부해 여러 종류의 허브가 자라는 몽생미셸만에서 난다. 매일 어획량과 식자재 공급량에 따라 4코스, 6코스, 때로는 8코스 등 다양한 메뉴 주문이 가능하다.
앙프랑트 Empreinte @브르타뉴
반(Vannes)의 오랜 역사가 숨 쉬는 아름다운 거리에 자리 잡은 레스토랑 앙프랑트(Empreinte).규모는 아담하지만 메뉴들의 수준은 훌륭하다. 모르비앙 만(Golfe du Morbihan)과 인접한 앙프랑트는 육지와 바다 사이 정박지에 위치한 맛집으로, 로컬푸드를 선보이며 그 명성을 쌓았다. 바티스트 푸르니에(Baptiste Fournier) 셰프는 반경 30km 이내에서 공급된 채소, 과일, 허브, 미역, 야생초, 생선, 조개, 고기 등 각종 재료를 화덕에 넣어 맛있는 음식을 요리한다. 독창성을 발휘하면서도, 신선한 재료로 자연을 존중하는 마음을 담아 단순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선보이겠다는 셰프의 철학에 따른 요리법이다. 앙프랑트의 메뉴는 매주 바뀌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미식 경험을 할 수 있다. 뛰어난 미식 수준을 과시하지 않으면서, 지역에 자신의 흔적(empreinte)을 꿋꿋이 새겨나가는 진정한 로컬 맛집이다.
시보 Cibo @디종
2016년 최연소 미슐랭 스타 셰프로 등극한 앙젤로 페리뇨(Angelo Ferrigno)는 시보(Cibo)에서 미식을 향한 그의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셰프는 양질의 현지 식자재를 선보이기 위해 일일 식자재 공급 반경을 200km로 제한하고 있다. 디종 중심부, 17세기 석조 건물을 개조한 시보는 세련되고 현대적인 인테리어와 책임감 있는 로컬주의 요리가 조화를 이루는 맛집이다. 셰프는 요일과 계절별로 늘 독창적인 메뉴를 선보이며 자신과 함께 시보의 요리를 책임지는 현지 생산자 및 재배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과이앙 Gwaien @낭트
방데(Vandée), 맨 에 루아르(Maine et Loire), 브르타뉴, 루아르 아틀랑티크(Loire Atlantique) 등 인근 지역에서 난 신선한 제철 현지 식자재를 활용하는 레스토랑 과이앙(Gwaien)이 낭트에 닻을 내렸다. 과이앙은 피니시테르(Finistère) 주 최극단 봉우리 시장 봉(cap Sizun)과 가까운 특이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탈랑삭 시장(marché de Talensac) 인근에 자리 잡은 과이앙을 이끄는 제레미 기바르슈(Jeremy Guivarch) 셰프는 팀원들과 함께 육지와 바다의 맛을 믹스한 메뉴를 선보인다. 주방 팀은 식물성 제품을 주로 사용하고, 지속 가능한 어업으로 어획한 생선을 활용하며, 육류는 전혀 취급하지 않는다. 메뉴판의 메뉴는 그리 다양하지 않지만 자연과의 조화, 요리를 향한 진실성을 담은 과이앙은 지역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맛집이다.
뤼스티크 Rustique @리옹
"나의 요리는 장작불의 힘, 야채의 신선함을 담은, 거칠지만 관대한 농부의 삶과 같다." 뤼스티크(Rustique)를 이끄는 막심 로랑송(Maxime Laurenson) 셰프의 말이다. 오베르뉴 토박이인 막심 로랑송은 파리 리브 고슈의 고급 레스토랑 루아조(Loiseau)에서 경험을 쌓은 뒤, 리옹에 격식은 덜어내고 열정은 더한 레스토랑 뤼스티크(Rustique)를 열었다. 메뉴판은 오베르뉴, 알프스 등 프랑스 각 지방을 대표하는 가장 맛있는 요리 10개로 채워져 있다. 자연에서 캐낸 돌, 참나무 마룻바닥, 호두나무 테이블 등 자연을 떠올리는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퓌(Puy)산 렌틸콩으로 만든 칩과 무스, 프티 살레, 사부아식 에스카르고, 브레스(Bresse) 못에서 잡은 메기, 이제르(Isère)산 송어, 참소리쟁이 퓌레 등 이색적이지만 친근한 메뉴를 맛보고 싶다면 뤼스티크를 추천한다.
라 메종 다 코테 La Maison d’à Côté에서 플뢰르 드 루아르 Fleur de Loire까지 @발 드 루아르
<구 드 프랑스 Goût de France/Good France>의 스폰서인 크리스토프 애(Christophe Hay) 셰프는 식물성 요리와 채소 종자에 관심이 많은 열정적인 셰프다. 미슐랭 2스타 셰프이기도 한 크리스토퍼 애는 그간 샹보르성 근처 발 드 루아르에 세운 아름다운 레스토랑 라 메종 다 코테(La Maison d’à Côté) 에서 자신의 열정을 발휘해 왔다. 그런데 이곳은 2022년 5월을 끝으로 문을 닫을 예정이다. 셰프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는 걸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다. 셰프는 블루아(Blois)에 플뢰르 드 루아르(Fleur de Loire) 라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6월에 오픈한다. 5성급 럭셔리 호텔과의 협업을 통해, 1헥타르 넓이의 영구 재배 농장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맛있는 고급 요리를 고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텃밭에서 수확한 싱싱한 채소를 바로 주방에서 손질해 만들어낸 요리의 맛은 어떨지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기대를 불러 모으고 있다.
라신 Racines @니스
브뤼노 시리노(Bruno Cirino) 셰프와 그의 아내 마리옹(Marion)은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 오스텔르리 제롬(Hostellerie Jérôme)과 카페 드 라 퐁텐(Café de la Fontaine, 2개 지점)에 이어 니스에 세 번째 레스토랑 라신(Racines)을 열었다. 이 새로운 맛집에서는 녹색 채소를 비롯하여 땅에서 난 모든 식자재를 이용한 음식을 선보인다. 셰프는 니스 남역 중앙시장(Halle de la Gare du Sud)과 리베라시옹 시장(marché de la Libération) 등의 현지 시장에 매일 직접 가서 재료를 확보한다. 라신은 모든 종류의 채소를 맛볼 수 있는 독창적인 ‘채소밭 메뉴’를 통해 고객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라신에서는 아티초크, 잠두, 브로콜리, 돼지감자를 비롯한 각종 완두콩으로 만든 주스, 소스, 국물이 떨어질 날이 없다.
르 프티 마티외 Le petit Matieu @코르시카
파리에서 처음 문을 열었던 르 프티 마티외(Le petit Matieu)가 코르시카섬의 유쾌한 도시 아작시오(Ajaccio)에 새롭게 자리 잡았다. 프티 마티외의 런치 메뉴는 시장에서 공수되는 재료 종류와 계절에 따라 늘 바뀐다. 마티유 공티에(Mathieu Gontier)셰프는 신선한 식자재를 활용하고, 지중해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요리를 선보인다. 여기에 그의 할머니에게 물려받은 요리법을 참고하며 코르시카 미식 전통까지 더해 고객에게 색다른 미각의 즐거움을 선물한다. 코르시카식 돼지고기 간 소시지인 피가텔리(figatelli), 브로치우 치즈(brocciu), 애호박 튀김, 송아지 카넬로니(cannelloni de veau) 등 여러 메뉴가 저마다 풍미를 자랑하며 고객을 사로잡는다. 캐주얼한 비스트로 느낌 가득한 프티 마티외의 디너 타임에는 코르시카섬 소규모 생산자들이 공급한 식자재로 만든 맛있는 아페리티프가 제공된다.
마르세유의 식물 레스토랑 호도다(Hododa)
‘에코테이블’ 라벨을 받은 호도다는 마르세유 파니에(Panier) 지역 중심부에 위치한 친환경 레스토랑이다. 미식가들과 건강한 음식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이곳은 진정한 식물 레스토랑으로 유기농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하루 중 언제라도 맛볼 수 있다. 아침에는 계절 야채를 곁들인 식물성 오믈렛과 홈메이드 식물성 버터, 점심에는 애호박 탈리아텔레를 곁들인 뢰스티, 그리고 설탕에 절인 방울토마토와 새싹 루꼴라가 준비된다. 비건주의는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기 때문에 레스토랑을 공동 설립한 아르튀르와 라셸은 워크숍, 요가 수업, 도자기 아틀리에 등을 제공한다. 프로방스에 머무는 동안 지친 몸을 재충전하며 건강하고 달콤한 휴식을 즐겨보자.
By Pascale Filliâtre
여행 전문 기자, 프랑스 문화를 찾아 세계 곳곳을 여행하는 여행 전문 기자. filliatre.pascale@orang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