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브랜드 라코스테 탄생 비화 : 테니스 코트에 악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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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가로스 경기장
© ERIC DELLATORRE - FFT - 롤랑 가로스 경기장

소요 시간: 0 분게시일: 1 11월 2020

악어 로고가 상징인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 Lacoste'는 프랑스 테니스 역사의 한 획을 그은 르네 라코스트가 창립한 브랜드로 테니스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끈기 있는 모습으로 테니스 코트 위의 '악어'라고 불렸던 르네 라코스트와 그의 브랜드 '라코스테'에 대해 알아보자.

프랑스 테니스 역사의 전설

1920년대 프랑스 테니스계에는 4총사가 있었다. 장 보로트라, 자크 브뤼뇽, 앙리 코셰, 르네 라코스트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테니스계에서 빛을 발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성과를 거둔 이를 꼽으라면 프랑스 오픈(3회), 윔블던(2회), US오픈(2회)에서 총 일곱 차례 우승컵을 차지한 라코스트다. 라코스트는 프랑스 오픈과 윔블던 복식에서도 한차례 우승을 차지했으며, 1926년 남자 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국제 테니스 명예의 전당에도 1976년 이름을 올렸다.

라코스트는 자동차 회사이자 비행기 엔진 및 부품도 만든 이스파노 수이사(Hispano-Suiza) 경영자였던 아버지를 따라나섰던 영국 여행에서 처음 테니스를 접하고 선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코트에서 절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악어’라는 별명을 얻었다. 별명이 악어였다고 해서 매너가 좋지 않았다는 건 아니다. 라코스트는 매우 매너가 좋았으며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 우아한 선수였다는 평이 많다. 이를 보여주듯 라코스트는 1927년 디자이너 로베르 조르주에게 재킷에 악어 자수를 넣어 달라고 부탁하기도 하여 입고 다녔는데 이 자수가 바로 브랜드 라코스테의 로고가 된다.

빠른 은퇴 이후 라코스테 설립

호흡부전을 앓던 라코스트는 25살에 테니스 선수 생활 은퇴를 선언한다. 1933년에 자신의 성을 딴 회사를 만들어 질 좋은 폴로셔츠를 만들기 시작한다. 로고는 자신의 별명인 악어로 했다. 라코스트는 운동하면서도 입을 수 있는 통기성이 좋고 편안한 셔츠를 만들어서 큰 인기를 끌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문에 1940년부터 1946년까지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1951년부터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미국 등으로 수출 길을 열었다. 1971년 일본 시장에 진출했으며 한국에는 1985년 들어왔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신발과 가방 그리고 지갑 등을 만들었다. 라코스트는 1988년 같은 악어를 로고로 쓴 크로커다일(홍콩 브랜드)과 법적 분쟁을 하기도 했다. 기나긴 분쟁 끝에 라코스트는 2011년 한국에서도 상표 등록 취소 청구소송에서 승리했다.

라코스트는 1996년 세상을 떠났으나 스포츠의 열정을 나누려는 뜻은 남았다. 2006년 라코스트 재단이 출범했다. 이 재단은 재능은 있으나 지원이 부족한 테니스와 골프 유망주를 후원하고 있다.

파리라면, 롤랑 가로스 여행은 어때?

라코스트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오픈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세 차례나 우승 차지했다. 프랑스 오픈은 현재 롤랑 가로스라고 불리는데, 이는 대회가 열리는 경기장 이름이 대회 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프랑스 오픈은 1891년부터 열렸는데 롤랑 가로스가 대회를 유치한 것은 1928년부터다.

롤랑 가로스는 1928년 프랑스가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을 유치하면서 건설됐다. 스타드 프랑세(스포츠 클럽)가 소유한 부지를 내줬고, 이 과정에서 경기장 이름을 제1차 세계 대전 전쟁 영웅이자 스타드 프랑세 회원(럭비)이었던 롤랑 가로스에 헌정한다. 롤랑 가로스는 1918년 공중전 과정에서 전사한다.

롤랑 가로스는 테니스 코트를 17개 가지고 있다. 이 경기장은 표면이 앙 투 카(En tout cas)’라는 재질로 돼 있다. 흙을 불로 구운 뒤 갈아 모레처럼 만들어 다시 굳히는 방식으로 경기장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경기장은 짙은 붉은색을 띠고, 비가 와도 매우 물이 빨리 빠진다. 이런 경기장을 보통 클레이코트라고 하는데 롤랑 가로스는 그중에서도 경기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만들었다.

대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둘러볼만한 곳이기도 하다. 유서 깊은 경기장뿐 아니라 테니스 박물관과 기념품 가게도 있다. 프랑스 테니스 협회가 이곳에 입주해 있기도 하다. 9호선 미셸-앙주-오퇴이, 미셸-앙주-몰리토, 포르트 드 생-클루에서 모두 갈 수 있고, 10호선 포르트 도퇴이에서도 걸어갈 수 있다. 파리 생제르맹 경기장인 파르크 데 프랭스와도 가깝고, 불로뉴 숲도 주위에 있으나 묶어서 둘러보면 좋다.

By 포포투 매거진 - 류청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