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850년 전부터 파리의 중심에 서서 시테섬을 지키고있다. 고딕양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노트르담 성당은 프랑스의 역사와 함께하며 어두운 시간 또한 함께했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 이후 오는 12월 7일과 8일,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중세시대부터 20세기까지,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나온 7가지 비밀의 과거를 알아보자.
시테 섬의 5번째 성당
노트르담 드 파리를 짓기 위해 1163년에 사용된 초석은 엄밀히 말하면 첫 돌이 아니다! 시테 섬에는 자그마치 4개의 성당이 존재했는데, 에티엔 성인을 기리며 4세기에 지어진 초기 기독교 교회, 메로빙거 왕조의 성당, 카롤링거 왕가의 성당, 로마 가톨릭의 성당이 차례로 세워졌다. 노트르담 성당을 지을 때 쓰인 돌과 장식품 가운데 일부는 바로 이 성당들의 잔해를 재사용한 것들이다. 예를 들어, 성녀 안나 대문 윗쪽에 있는 성모상은 로마시대의 작품으로 1140~1150년 사이에 만들어졌다.
노트르담 성당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은 나폴레옹 1세와 빅토르 위고
노트르담 성당이 19세기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단 사실을 알고 있는가? 프랑스 혁명 당시 엉망이 되어 버리고, 이성 철학자들의 집결지로 변모됐다가 창고로 전락해버렸던 성당은 그 모습이 너무도 처참해 완전히 없어져버릴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1804년 나폴레옹 1세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황제 대관식을 올리고, 빅토르 위고가 소설 « 노트르담 드 파리 Notre Dame de Paris »를 1831년 출간하면서 성당을 구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1845년에는 건축가 외젠 비올레 르 뒥(Eugène Viollet-le-Duc)이 전체적인 복원작업을 실시하기에 이르렀다.
머리없는 프랑스 왕으로 착각한 과격 공화파들
프랑스 혁명 당시, 노트르담 대문 위에 있던 유태인 왕들의 동상 중 일부가 없어졌고, 남아있는 동상들은 머리가 잘려나갔다. 유태인 왕들을 상징하는 동상을 프랑스 왕들의 동상으로 착각한 과격 공화파들의 소행이었다. 1977년이 돼서야 28개의 사라진 머리 가운데 21개를 찾아냈다. 9구에 위치한 저택의 건설 현장에서 발견됐다. 훼손된 동상들은 복원작업을 거치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원본은 클루니 국립중세박물관(Musée de Cluny)에 전시돼있다.
사도 사이의 불청객
노트르담 성당의 첨탑을 둘러싸고 있는 열두 사도의 동상은 비올레 르 뒥이 성당을 복원할 당시, 12세기 풍으로 새로 제작됐다. 이 때, 비올레 르 뒥은 과감한 시도를 했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도 성 토마스의 얼굴은 그를 만든 건축가의 이목구비를 띠고 있다. 게다가 12사도 동상 가운데 유일하게 첨탑을 바라보고있다. 본인의 작품을 감상하는 외젠 비올레 르 뒥인셈이다. 왜 성 토마스 상에 그의 얼굴을 넣었는고 하니, 성 토마스가 건축가들의 수호성인이라고 한다.
시대를 앞서간 키메라
성당 지붕의 빗물을 배출 시키는 구멍 끝에 달린 괴상한 동물 석상이 중세시대에 만들어졌다면, 성당 높은 곳에 자리한 키메라(그리스 신화 속 괴물)조각상은 19세기 노트르담 대성당을 복원한 비올레 르 뒥(Viollet-Le-Duc)의 상상력과 독서에서 탄생한 것이다. 가장 유명한 조각상은 기괴한 악마의 형상을 하고 있는 "만족하지 못한 뱀파이어"를 뜻하는 '스트리주(Stryge)'이다. 음욕을 상징하며 샤를 메리용(Charles Meryon)의 판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했다.이 석상은 현재 노트르담 성당하면 떠오르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독실한 수탉
19세기에 완전히 새로 지어진 첨탑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수탉 모양의 풍향계는 여느 풍향계와는 다르다. 이 수탉은 1935년부터 성 데니스, 성녀 주느비에브의 성물, 그리고 1239년 성 루이가 가져온 가시관의 조각이 보관되어 있다. 당시 파리의 대주교였던 베르디에(Verdier)는 이 풍향계가 신도들을 지키는 정신적인 상징이 되길 바라며 이같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9년 4월 15일 대화재로 심각하게 손상된 이 수탉은 황금빛으로 새롭게 제작되었다. 프랑스의 역사적 기념물 수석 건축가 필리프 빌뇌브(Philippe Villeneuve)가 설계한 이 새로운 수탉은 “대성당이 잿더미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을 상징한다”고 창작 의도를 밝혔다. 이 수탉은 2023년, 첨탑 꼭대기에 다시 자리 잡으며 노트르담 대성당을 대표하는 상징으로서 부활했다.
새로운 수탉에는 화재 당시 구출된 성물들이 다시 보관되었으며, 대성당 복구에 참여한 약 2,000명의 이름을 담은 밀봉된 튜브도 함께 삽입되었다. 이 튜브는 수탉이 첨탑에 설치되기 전 축성식에서 봉인되었으며,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 과정에 헌신한 모든 이들의 노력을 기념하고 있다.
복원에서 재개장까지: 노트르담 대성당의 여정
2019년 4월 15일, 전 세계가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모습을 지켜보며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그러나 그 슬픔은 곧 결연한 의지로 바뀌었고, 대성당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장인과 작업자들의 헌신 덕분에 2021년, 시테섬의 광장과 고고학 지하 공간이 다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왔다. 2022년에는 센 강 위의 아름다운 퐁토더블(Pont au Double)이 복구되었고, 2023년에는 첨탑과 황금빛 수탉이 파리 하늘에 우뚝 섰다. 대성당 후진부의 십자가와 트럼펫을 든 천사 조각상, 북쪽 탑의 종들도 제자리를 찾아 대성당의 모습을 완성해 나갔다.
복원 작업은 마무리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지만, 대성당 내부를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은 2024년 12월 7일과 8일로 예정되어 있다. 그 특별한 순간을 기다리며, 노트르담 대성당을 되살리기 위해 쏟아진 노력과 열정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By 안-클레르 들로름(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