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도시이자 화려함과 우아함의 도시 파리가 전통에 기반하면서도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는 창조물들을 전 세계에 선보인다. 패션부터 향수 그리고 미식, 예술, 오페라 의상까지, 파리만의 특별한 노하우를 살펴보자.
지속가능한 패션
디올, 샤넬, 입생로랑, 크리스찬 루부탱… 파리는 수십년간 많은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뮤즈로서, 고급스러움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다. 파리에는 많은 디자이너들의 매장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들은 1900년 세계 최초의 패션쇼가 열리기 전부터 이미 모델을 기용하여 의상을 선보였다. 파리는 오늘날까지 지속적인 변화를 시도하면서 세계적인 패션의 수도의 위치를 지키고자 한다. 과거 파리 소방서가 있었던 자리에 라 카제른(La Caserne)이 자리잡고 있는데, 라 카제른은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패션분야에서 유럽 내 최대 인큐베이터로서 지속가능한 패션을 장려하고 있다.
오뜨 쿠튀르의 진열장 역할을 하는 파리의 백화점들은 친환경적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갤러리 라파예트다. 파리의 백화점들은 유통거리 및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윤리적 기업들이 친환경적으로 생산한 제품을 적극적으로 선보인다. 유행에 뒤처지지 않지만 동시에 환경을 고려한 패션을 꿈꾼다면, 패션의 낙원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 백화점에서 각별한 케어를 받으며 잘 짜여진 쇼핑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맞춤형 컨설팅을 받을 수 있고, 메종 달로와요(Maison Dalloyau)의 고메 코너에서 맛있는 디저트를 먹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가히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좋을 이 백화점 건물은 2주에 한번 일요일 프라이빗 방문을 통해 건물에 숨겨진 비밀을 공개한다. 특히 백화점의 내부로 들어가면 최근 리모델링된 아르누보 스타일의 유명한 돔 천장을 감상할 수 있다.
향수 산업
향수 없이 어떻게 파리를 말하겠는가? 패션과 우아함의 수도 파리는 로맨스와 향기의 도시이기도 하다. 비에 두(Billet doux), 모멍 볼레(Moment volé), 벨드뉘(Belle de nuit), 모두 프라고나르(Fragonard)사의 향수이다. 겔랑(Guerlain)과 뤼뱅(Lubin)이 1789년 첫 매장을 연 이후, 프라고나르가 1936년 파리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 오페라 가르니에와 백화점들 근처에 위치한 프라고나르 박물관(musée Fragonard)은 매혹적인 휴식을 제공한다. 오래된 향수병, 구리 증류기, 에펠탑의 철제 빔을 통해 향수의 역사에 흠뻑 빠질 수 있다. 향수 아틀리에에서 나만의 오 드 코롱을 만들어 견습 조향사도 되어볼 수 있다.
프랑스 미식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프랑스의 미식은 레스토랑의 음식의 섬세함을 평가하는 별에서 시작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100개가 넘는 파리 레스토랑들이 미슐랭 스타를 획득했다. 많은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근대적 레스토랑이 문을 연 것은 1765년이었으며 그곳의 주인은 경제학자였다. 파리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외식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킨 것으로 평가된다. 파리만의 특별함을 새롭게 경험하려면, 무슈 디올 레스토랑(restaurant Monsieur Dior)에서 장 앵베르(Jean Imbert)가 요리한 트러플이 들어간 크로크무슈를 맛보도록 하자. 이 식당은 긴 역사를 자랑하며 최근에 리모델링된 디올 부티크 내에 위치해 있다.
제과·제빵
파리의 어디를 가도 빵집을 찾을 수 있다. 갓 나온 신선한 빵의 냄새에 이끌린 사람들은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 ‘파리지엔’ 잠봉뵈르 샌드위치, 푸알란(Poilâne) 또는 에릭 케이세르(Eric Kayser)의 둥근 발효빵 혹은 파리 지하철 공사를 하던 1990년대에 만들어졌다는 바게트를 먹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물랭 드 라 비에르쥬(Moulin de la Vierge) 또는 루이 15세의 파티시에가 세운 메종 스토레(Maison Stohrer)와 같은 몇몇 제과점들은 역사적 기념물로 등재되어 있다.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 세드릭 그롤레(Cédric Grolet), 에릭 케이세르, 루돌프 란드맨(Rodolphe Landemaine), 시릴 리냑(Cyril Lignac) 같은 현대적인 파티시에 들은 파리-브레스트(Paris-Brest), 생-오노레(Saint-Honoré), 오페라(l’Opéra) 같은 파리의 전통적인 제과점에서 영감을 얻어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입도 즐거운 메뉴를 출시했다. 영감의 원천은 과연 어디일까? 1950년대 세워진 라 듀레(Maison Ladurée)는 마카롱(macaron)을 발명했다. 두 개의 코크 사이에 섬세한 맛의 가나슈를 넣은 것이 바로 마카롱이다. 뛰어난 파티시에들과 함께하는 마카롱 아틀리에에서 파리를 닮은 현대적이면서 정교한 이 디저트를 직접 배워볼 수도 있다.
세라믹
수도 파리에 매우 가까이에 위치한 세브르 도자기 공방(마뉘팍튀르 드 세브르, Manufacture de Sèvres)은 프랑스의 뛰어난 도자 노하우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20명의 도예가들이 완벽하게 숙련된 전통 기술을 가지고 도자기를 빚어낸다. 1740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예술, 디자인 그리고 장식을 창작했던 이곳은 국립도자박물관과 함께 소재해 있다. 과거 걸작과 현대 작품들을 포함하여 5만여 점의 도예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파리 미술관들의 예술 복원 아틀리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을 거쳐 오르세 미술관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대표적인 문화시설에는 역사에 길이 남은 명작들을 보기 위해 매년 수백만명의 방문객들이 모여든다. 따라서 이 특별한 컬렉션들을 보호 및 보존하기 위한 조사작업도 필수다. 특히 회화나 타피스리 작품의 액자와 가구의 부속품에 대한 섬세한 복원 작업은 매우 까다롭다. 그리고 금은세공 작업은 박물관 아틀리에에서 담당한다. 매년 열리는 유럽 공예의 날이 되면 루브르 박물관에서 루브르만의 훌륭한 예술 복원 노하우를 배워볼 수 있다.
동전과 메달 주조
역사적 사명을 가진 모네 드 파리(Monnaie de Paris)의 장인들은 864년부터 천 년도 넘게 이어지는 내려오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망치와 저울로 동전을 만드는 장인이다. 파리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워진 이곳 화폐 주조소는 살아있는 문화유산 회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이곳에서 수집용 주화와 레지옹 도뇌르(Légion d’honneur) 훈장이나 국가 공로훈장 같은 공식석상에 쓰이는 메달을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노트르담 성당, 개선문, 에펠탑, 그레뱅 박물관과 같이 파리를 상징하는 관광지 기념주화도 제작하며 관광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화려한 장식과 의상들
오페라 가르니에는 역사적 건축물로 등재되어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소 중 한 곳이다. 발레 공연들이 있을 때마다 관람객들은 상상과 마법의 세계에 빠져든다. 디자이너들의 섬세한 노하우가 대작을 탄생시킨다. 오페라 가르니에의 비밀은 6층에 위치한 의상실에 있다. 방문객들에게 개방된 이곳에서는 다양한 천과 진주, 꽃을 볼 수 있으며, 바로 이곳에서 발레 의상인 튜튜가 만들어진다. 오페라 코믹(Opéra-Comique)은 파리에서 가장 오래된 오페라 극장으로 이곳 역시 의상실을 갖추고 있다. 작은 손들이 천을 재단하고, 모자를 만들고, 식물유래 색소로 천연 염료를 만드느라 여념이 없다. 오페라 코믹 의상실에서 이루어지는 더 놀라운 작업은 바로 가발 제작이다. 가발 제작을 위해 가발 모형을 뜨고, 머리카락을 심어서 미용 작업을 거친다.
태슬 장인들은 원사로 장식품을 만드는데 특별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가구에 달린 장식끈, 장식용 태슬 혹은 커튼의 타이백 등을 만든다. 파리에서 고성이나 대사관, 고급 호텔 등에서 사용하는 직물 장식품을 만드는 곳은 메종 베리에(Maison Verrier)라고 불리는 태슬 아틀리에가 유일하다.
By Kévin Bonnau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