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유명 호텔 체인 페닌슐라 그룹은 조지 거슈윈이 ‘파리의 미국인(An American in Paris)’을 작곡한 마제스틱 호텔을 인수해 새롭게 단장했다. 프랑스 최고의 장인들과 루브르의 복원 전문가들을 동원해 1908년 문을 열었던 마제스틱 호텔의 옛 영광을 재현해 낸 것이다. 외관의 석회석에 조각된 작은 리본과 꽃 등을 보수하는 데만 스무 명 이상의 석공이 투입되었다. 개선문에서 방사형으로 뻗은 클레버 가(Avenue Kléber)의 역사적인 건물답게 심혈을 기울인 대대적인 보수 작업이었다.
우선 메인 로비로 들어서면 800개의 크리스털로 만들어진 샹들리에가 우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대리석 바닥과 높은 천장의 고급스러움도 보는 이를 압도한다.
루프탑 레스토랑 루아조 블랑(L’Oiseau Blanc, ‘흰 새’)은 최초로 대서양 횡단에 나섰다가 실종된 복엽 비행기를 기리는 뜻에서 같은 이름을 달았다. 입구에도 3/4 크기로 재현한 비행기의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무엇보다 7층 높이의 탁 트인 경관 덕에 사방으로 펼쳐진 파리를 배경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페닌슐라 파리의 200개에 달하는 객실은 회색과 크림색이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우아함을 자아낸다. 11개 언어 설정이 가능한 데스크 태블릿, 온도조절 및 날씨 체크 기능이 있는 LED 월 스크린 등 현대적인 편의시설도 갖추어져 있다. 34개의 널찍한 스위트룸에는 드레싱 룸과 파우더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중 5개 스위트룸은 개별 정원이 딸려 있다.
페닌슐라 파리는 1973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가 파리평화협정을 통해 베트남전 종식을 논의했던 역사적인 장소다. 그 회의실은 오늘날 다양한 시가와 주류를 갖춘 스모킹 룸, 클레버 라운지(Kléber Lounge)로 거듭났다.
릴리(Lili) 레스토랑은 페닌슐라 그룹의 동양적 정체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경극 극장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를 무대로 해산물이 주가 되는 고급스러운 광둥요리가 테이블에 오른다. 저녁이 되면 주방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스파는 1,800m²에 달해, 파리에서 팔라스 등급을 단 호텔 가운데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화강암과 대리석으로 장식한 공간에는 커플을 위한 트리트먼트실도 마련되어 있다. 20m 길이의 아름다운 수영장과 자쿠지 욕조는 심신에 안정을 주며, 최신 설비로 무장한 두 개의 피트니스 룸은 보다 활동적인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해 준다.
테라스로 나와 에펠탑을 바라보며 요가나 필라테스 삼매경에 빠져도 좋다. 멋진 전망에 어느새 마음까지 시원해질 것이다.
페닌슐라 파리가 마제스틱 호텔이었던 1922년, 당시의 기록을 들춰보면 호화로운 투숙객 명단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 머물렀던 이름난 동시대 아티스트로는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세르게이 디아길레프, 파블로 피카소,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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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e-Claire Delorme
여행 기자 anneclairedelorme@yahoo.fr